영화 좀 쉽게 구웁시다?
옛 글/시사/역사/기타 2007/03/31 11:53
어제 용산에 갔다가 발견한 광고판입니다. 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무리 봐도 이 레노보 광고판의 문구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 핵심을 차지하는 단어들은 바로 '영화'와 '구웁시다' 입니다.
사진의 광고에서 '영화를 굽는' 일이 개인이 가족 비디오 등을 직접 만들어 디스크에 기록하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거라면 좋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디까지나 저 문구에서 말한 '영화'와 '동영상', '비디오' 등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영상'이나 '비디오'가 개인이나 사적인 조직에서도 만들 수 있는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가진 것이라면 '영화'는 어디까지나 전문적인 제작사가 만든 완성된 작품을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저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곧 '이 노트북을 쓰면 영화를 복제하기 쉽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영화를 복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죠. 하지만 '영화를 복제'하는 일이 '당연'한 경우는 몇몇 합법적인 경우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노트북을 사서 합법적인 영화 복제만 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좀 객관적으로 되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불법복제는 이미 문화/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어버렸다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 광고 문구가 뜻하는 바를 그리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영화의 복제는 합법적인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꽤나 많은 장소에서 불법적으로 복제한 영화들이 별다른 단속 없이 팔리고 있죠(이런 상황을 방치 또는 조장한 우리나라 공무원 또는 경찰의 무능 또는 태만에 관해서는 여기서 다루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합법적인 DVD 제작/유통사들은 굉장히 어려운 경영 상태에 놓여 있거나 심지어 문을 닫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영화 복제를 당연한 것처럼 내세우는 것은 확실히 곤란한 일입니다.
만일 합법적인 복제만을 긍정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광고판 한 구석에 '영화의 불법 복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도의 문구는 잘 보이게 넣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문구 없이 저런 식의 광고라면 '영화 복제'라는 행동 자체를 무조건 적으로 긍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DVD 제작/유통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이 광고를 보셨다면 아마도 한숨을 내쉬거나 화를 내셨을 겁니다.
지금까지 적은 것처럼 이 광고는 오해할만한 여지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것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죠. IBM에서 레노보로 주인이 바뀌고 난 뒤에 나온 씽크패드 광고 중 처음으로 제 눈길을 끌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_-;
1. 그런데, 저 광고 모델은 중국 영화계의 유명 인사 같아 보이는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영화계 사람이 영화 구우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참...
2. 저 광고판은 적어도 작년 10월부터 붙어 있었군요. -_-;
저 말고도 사진찍어 올리신 분이 계십니다.
2. 저 광고판은 적어도 작년 10월부터 붙어 있었군요. -_-;
저 말고도 사진찍어 올리신 분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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